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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by 시롬 2026.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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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를 해 본 적도 관심을 가져 본 적도 없다.

물고기가 갈고리에 걸린 미끼를 삼킨 후에 사람이 낚시 줄을 잡아당기면

갈고리가 물고기의 속을(주로 입이나 턱) 후벼파서 고정이 된다는 사실도 책을 읽으며 처음 알았다.

나는 물고기가 먹이를 포기하지 못하고 물고 있어서 그런 줄 알았다.

 

그래서 전반부의 내용은 읽기가 어려웠다.

낚시 용어도 생소했고, 낚시 줄들을 왜 서로 엮어 놓는 지도 아직 잘 모르겠다.

책에는 노인의 사소한 행동들도 하나 하나 적혀있지만

낚시에 문외한인 나는 이해를 시도하다 포기했다.

 

처음에 전통적인 방식을 고집하는 노인이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노인과 나의 가치관이 달랐을 뿐이다.

나는 바다를 정복의 대상 '엘 마르'로 봤고 어부로서 가치를 높이는 방법은 최대 가치의 생선을 잡아들이는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노인은 바다를 '라 마르'로 봤고 바다는 노인의 친구였다.

그는 물고기들의 지조함에 감탄하고 배를 가를 때 용서를 구한다.

 

그럼 그는 왜 모터보트보다는 노를 젓기를 원했을까?

돈이 없어서?

그저 노를 젓는 평온함이 좋아서?

나는 제주도에 가서 여행할 때 차 없이 뚜벅이 여행하는 것을 좋아한다.

지나가다 사진 찍는 사람들이 있으면 사진 찍어주는 것을 좋아하고

예쁘게 생긴 소품샵이 있으면 들어가서 천천히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고

잔디밭에서 공을 차고 있는 학생들이 있으면 같이 차고 떠드는 것을 좋아한다.

차는 물론 원하는 장소에 빠르게 나를 데려가줄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을 난 썩 좋아하지 않는가보다.

노인도 비슷한 마음이었을라나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다음이다.

한데 너를 이다지도 녹초가 되게 한 것은 도대체 뭐라는 말이냐, 하고 그는 생각했다.
"아무것도 없어. 다만 너는 너무 멀리 나갔을 뿐이야."

청새치도 상어들도 제 역할을 했을 뿐이므로 탓을 할 수 없다는 걸로 이해했다.

어부인 자신의 욕심이 문제였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놈들한테 내가 졌어, 마놀린. 놈들한테 내가 완전히 지고 만 거야."
"할아버지는 물고기한테 패배한 게 아니에요. 물고기한테 패배한 게 아니라고요."
"그렇지. 정말 그래. 내가 진 일은 그 뒤에 일어났어."

아마 노인이 생각한 '내가 진 일'은 자신의 신념이 굴복했음을 의미하는 것 같다.

바다를 그동안 친구라 생각했는데 두려움을 느껴서?

 

그럼에도 항해가 끝나고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배 뒷정리를 하는 모습 또한 굉장히 기억에 남는다.

그 속에서 고귀함을 느꼈다.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느꼈다.

 

사실 책을 읽고 이게 거의 100년 가까이 전해져 오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여러 해석과 평들도 찾아보았다.

물론 노인의 모습에서 배울 점들은 굉장히 많았고 나 또한 그 부분은 감명 깊게 보았다.

또 다른 평들 중에 빙산의 일각이라는 단어가 기억에 남는다.

노인이 3일동안 정체모를 물고기와 사투하는 '빙산의 일각'의 과정만을 연출하며

그 속에서 노인이 그동안 살아온 생애와 가치관을 보여주는 모습이 인상깊었다고 적혀있었다.

 

이 책도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 낚시를 한 번 해보고 다시 읽어 보겠다.

그 때를 기약하며 독후감을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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